얼마전 CCK(Creative Commons Korea) 모임에서 '네이버 검색어 중에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검색어가 바로 다음이다'는 말을 들었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웃으면서 '정말 그러냐'를 연발했었다. '다음'을 검색하기 위해 '네이버'로 가다니. 마음 속으론 그럴 법하다 싶었지만, 실감은 나지 않았다.
좀 전에 택배를 보낼 일이 있어 친구가 운영하는 서점에 다녀왔다. 내가 택배를 불러서 보내면 5,000원 가량 들지만, 친구 서점에서 보내면 공짜다. 친구가 책을 배송할 때 그냥 끼워서 해주니까. 흐흐. 택배를 포장하고 난 뒤, 내가 메일을 하나 보낸 것이 있으니 이메일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 친구가 주로 사용하는 메일은 한메일. 다음 순간 그 친구가 한 행동에 몸을 뒤로 크게 제끼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가 한 행동이 바로 그거였다. 브라우저를 실행하고, 시작페이지에 등록된 네이버 검색창에 '다음'이라고 적어넣은 것.
한참을 웃고 나서 얼마전에 들은 그 얘기를 친구에게 해주었다. 동시에 절실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의 파워를. 그 무시무시한 힘을.
내 친구들이 가끔 내 방에 와서 내 컴퓨터를 켜면 십중팔구는 나에게 묻는다.
"니 방 인터넷 안되냐?"
멀쩡히 잘 되는 것을 두고 그러는 것은 첫째, 내 컴퓨터의 바탕화면에서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찾기가 힘들 뿐더러(없다) 둘째, 시작 버튼을 눌러 익스플로러를 실행했다 하더라도 빈 페이지가 뜨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웹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에 등록된 시작 페이지는 'about:blank'다. 물론 파이어폭스를 쓰기 한참 전부터, 넷스케이프로 웹 서핑을 하던 시절에도 'about:blank'였다.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얼마간 내 홈페이지를 시작 페이지로 지정해둔 적은 있으나, 그 외의 경우엔 모두 빈 화면으로 시작하도록 설정해 두고 쓰고 있다.
그러나 이건 정말로 '대부분 프로그래머 또는 편집증'인 사람들만 하는 짓이다. 많은 사람들이(위 자료에선 40% 정도이지만, 내 추측으론 더 많지 않을까) 시작 페이지에 네이버를 등록하고 사용한다. 서점을 하는 친구도 그 사람들 중의 한 명이다. 더구나 네이버는 얼마 전부터 '네이버를 시작페이지로'라는 문장조차 인덱스 페이지에서 없애버렸다. 이 얼마나 엄청난 자신감인가!
다음 관계자들도 분명 이 사실을 알고 있을거다. 한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네이버에서 '다음'이나 '한메일'을 검색하는 사용자들이 많다는 것을. 한 편으론 씁쓸하지만 한 편으론 무섭다. 일반인들에겐 네이버가 곧 인터넷이라는 것이.
덧) 포스트를 등록하고, 트랙백을 걸고나서 위 이미지가 있던 포스트에 엮인 트랙백을 따라가보니,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블로그가 나왔다. '유머기사' 아니란다.
덧2) '네이버를 시작페이지로'는 IE의 경우에만 보이고 FF는 안보인다는 댓글이 있어 확인해보니, 그 말이 맞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