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부양

지금 내 신분은 '계약직' 직원이다. 정규직으로 입사해서 퇴사를 결심했다가, 회사의 요청으로 결국 계약직으로 두 달간 남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가 지금 내가 파견나와 있는 '갑' 회사와의 계약이 후반기까지 사실상 연장됨에 따라 내 계약도 연장할 것을 회사에서 요청해왔고, 받아들였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난 올 연말까지 지금 파견나온 이 곳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는 걸로 확정되어 있었고. 그러니 당연히 이직 활동은 두 달 전부터 중단한 상태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출근을 하고보니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갑'의 조직 개편의 영향으로 담당자가 변경됨에 따라 후반기 계약이 없던 일로 됐다는거다. 파견 나온 직원 중에서 대빵인 차장님이 나를 불러 '정말 미안해서 어떡하느냐'고 상황을 전달했다. 이직 준비하는 것을 억지로 설득해 붙잡았고, 그걸 다시 연말까지로 연장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오늘이 출근 마지막날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난 졸지에 공중부양을 하게 됐다. 내일부턴 백수.

계약이 하루 저녁에 틀어진 배경은 대충 들었다. 하지만 난 그것이 진짜 이유라고 믿지는 않는다. 아마도 새로운 프로젝트 책임자가 개인적으로 연이 닿는 업체가 있고, 우리에게 전달된 배경은 그것을 위한 핑계일거라 짐작한다. 오늘이 6월의 업무종료일이고, 계약도 오늘까지다. 어제 저녁에 이 연장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에는 '개인적인' 사유가 들어가 있지 않을 수 없다. 비용문제? 흥이다. 돈이 문제라면 계약 종료일을 하루 남기고 판을 엎어버리진 않는다. 그것도 국내 최대 SI 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곳에서. 어차피 시간을 끌면서 협상을 하면 '을'의 입장에선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국내 IT시장에서 을이 판을 엎는 것은 입에 칼을 물고 엎어지겠다는 얘기거든.

사실 공중부양이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물론 바로 직장을 잡지 못하면 생활고가 시작될거라는 거야 당연하지. 그것보다 내가 두 달간 기획을 했고, 이미 실제 제작에 들어간 서비스가 엎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사실 내가 계약 연장에 동의한 것도 그걸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혹시나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오늘 저녁 즈음에 그 기획안(아주 간단한 버전으로)을 첨부해서 올려놓겠다. 어차피 새로운 회사가 들어오면 그걸 접거나, 혹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 뻔하니까, 공개해도 아무 문제 없을 듯 하다.

by mindfree | 2007/06/29 12:27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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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oooood at 2007/06/29 13:05
오우.. 기획서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여하튼 SI를 떠나는게 답이죠. 매번 눈팅만 하는 입장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미래비전있는 좋은 자리를 찾으시길 빌겠습니다.
Commented by mindfree at 2007/06/29 13:18
별거 아니니 기대는.. ^^;
보잘것 없는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가끔 놀랍습니다. 말씀 감사드려요.
Commented by 방랑시인 at 2007/06/29 14:05
비슷한 상황이다보니 저도 참 조마조마하군요.. 그나마 플젝이 존속하는 것만으로도 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습니다. 좋은 자리 빨리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Commented by mindfree at 2007/06/29 15:05
비슷한 상황이라.. 이런 안타까운 일이. ^^; 말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5throck at 2007/06/29 17:36
이런이런~~ 아무튼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Commented by mindfree at 2007/06/29 19:47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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