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홈페이지 이야기

내가 만든 첫 번째 홈페이지는 물론 내 개인 홈페이지다. 그 뒤로 홈페이지 디자인을 업으로 삼아 수십 개의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나를 무지하게 괴롭혔던 고객도 아니고, 한 달간 사무실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며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아니다. 그건 내가 만든 첫 번째 홈페이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맨 처음 내가 만든 화면이 떠오르는 모습을 본 그 순간의 기억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걸려 첫 페이지를 만들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프레임을 나누는 데만 하루를 꼬박 투자했으니 전체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짐작도 할 수 없다. 물론 포토샵으로 화면을 디자인하고, 그걸 잘라내어 코딩하는 방식은 알지도 못했다. 그냥 메모장, 메모장, 메모장이 전부. 가끔 포토샵으로 버튼 만들고, 다시 메모장.

아쉽게도 내 첫 번째 홈페이지는 금방 자취를 감췄다. 공부가 계속되니 더 나은 홈페이지를 만들고픈 욕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고, 남들처럼 뭔가 볼만한 내용을 담고 싶었다. 당시만해도 신문과 컴퓨터 잡지에는 '추천 홈페이지' 정도의 이름이 붙은 코너가 있어서 좋은 내용이 담긴 홈페이지를 소개하던 시절이었으니, 나도 거기에 한 번 실려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만들게 된 홈페이지가 '아래아 한글 강좌' 홈페이지. 제목이 뭐였더라. 아래아 한글 초보? 초보를 위한 한글 강좌?... 이젠 홈페이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구만.

그렇게 만든 홈페이지는 2000년대로 넘어와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릴 즈음에는 당시 네띠앙에 있던 아래아한글 동호회 시삽도 맡았으니 홈페이지 한 번 제대로 만든 셈이다. (내가 시삽을 맡은 뒤 동호회가 급속히 기울었다. 크흑) 그 홈페이지가 나에게 준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야후, 심마니, 미스 다찾니, 까치네, 정보 탐정 등 90년대 말의 검색엔진들에 추천 사이트로 선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 생겨나는 검색엔진들, 가령 네이버 같은 곳은 '지들이 먼저' 내 홈페이지를 우수 홈페이지로 선정, 등록했다는 메일을 보내오곤 했다. 검색 사이트들이 추천 홈페이지에 선정했다는 메일을 보내오고, 인증 마크 이미지를 보내와도 내 홈페이지에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내 딴엔 고고한 척 한거지. 홈페이지가 여기저기 추천 사이트로 선정되고, 신문이나 잡지에 소개되면서 컴퓨터 잡지에 강좌도 쓰게 됐는데, 이 일은 걸핏하면 내가 주절대는 얘기라 주위의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원고료를 떼였거든. 순진한 대학생 돈 떼먹은 그 잡지사, 결국 망했다. IMF 직후라 자금 사정이 안 좋았는지 어쨌는지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아마도 2000년, 혹은 2001년, 일에 치여 더 이상 홈페이지의 내용을 업데이트 할 수가 없었다. 강좌 사이트는 모름지기 강좌가 꾸준히 올려져야 의미가 있는건데 새로운 강좌를 만들어 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홈페이지를 닫는다는 공지를 했다. 그랬더니 어떤 분이 '정말 닫을거냐,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며 자신이 홈페이지를 이어받아 계속 운영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내가 유지할 수 없다면, 운영을 할 수 있는 다른 분에게 넘겨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도메인도 양도하고 모든 내용을 그대로 넘겨드렸다. 그 뒤 얼마간 그 분이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시점에선가 '사라졌다'. 혹시 그 분이 이 포스트를 보게 된다면 상황을 물어보고 싶다. 내가 꽤 공들여 만들었고 운영을 하던 홈페이지를 '잘 운영하겠다'고 넘겨받은 뒤에 정작 나한테 연락도 없이 홈페이지를 폐쇄해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그러고보니 그 때 내 주위에선 개인 홈페이지 하나로 연관된 직장에 취직한 분들도 여럿 있으셨다. 지금 블로그가 그런 창구로 떠오른 것처럼. CMS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기~냥 포토샵과 에디터로 죽자고 만들었던 홈페이지. 이젠 그것보다 더 나은 홈페이지를 만들 능력도, 돈도, 운영할 시간도 가지고 있지만 열정이 없다.

by mindfree | 2007/06/20 10:56 | 인터넷 이야기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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