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18일
마가리타가 알려준 이야기
나는 칵테일을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었다. 칵테일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술집에 가지도 않았고, 칵테일도 파는 술집에서는 항상 다른 술을 마셨다. 이름도 재미있고, 달콤하기도 하지만 '칵테일 마시느니 그냥 소콜이 낫지 않나?' 하던 촌놈. 그러다가 어학연수를 핑계로 미국에서 지내면서 거의 매주 한 종류의 칵테일을 마시게 됐다. 이름하야 마가리타.
내가 머물던 도시 산타바바라에 있던 멕시칸 식당에서 주인아저씨와 매주 월요일 저녁을 먹었는데, 그 때마다 어김 없이 마가리타를 한 잔씩 마셨던 것. 처음엔 주인 아저씨의 추천으로. '뭐, 한 잔 할텨?' 하길래 '뭐, 하나 추천해봐여' 했는데, 마가리타를 추천해줬다. 그래서 마신 마가리타는, 내가 지금껏 유일하게 마셔본 칵테일이자 정말 맛있게 마신 칵테일이다. 한국으로 돌아올 즈음 주인아저씨에게 '한국에 돌아가면 마가리타가 정말 그리울거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바보스럽게도 그때 난 마가리타는 한국에선 없는 칵테일인줄 알았다.
얼마전 예전 직장 동료 몇 명을 오랜만에 만났다. 삼겹살과 소주를 한 잔 하고는, 근처 술집에 2차를 갔다. 나를 제외하곤 다들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라 맥주나 한 잔 할까 해서. 그곳 메뉴판을 보다가 눈에 띄는 단어를 발견! 마가리타!
일행에게 마가리타 이야기를 하니, 다들 그걸 마시겠단다. 그러나. 종업원이 가져온 마가리타는 내가 산타바바라에서 마시던 마가리타와는 완전히 다른, 전혀 다른 술이었다. 분명 데낄라에, 잔에 소금을 두르고, 과일즙을 혼합한 것은 맞는데. 느낌이 판이하게 달랐다. 산타바바라에서 마시던 마가리타는 여러 종류의 과일(내가 가장 좋아하던 것은 산딸기 마가리타) 중 하나를 골라서, 즙을 내어 거기에 데낄라와 잘게 간 얼음을 혼합한 술이었다. 사실상 과일 쥬스에 데낄라를 섞었다 싶을만큼 색깔도 아주 진했다. 그런데 그 술집의 마가리타는 반투명한 데다, 얼음도 없는, '오란씨'에 데낄라를 섞은 것처럼 보였으니.
그 자리에선 서울에선 마가리타를 이상하게 만든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일행은 그런 날 비웃었다.
'미국에서 1년도 안 있어놓고선 아는 척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칵테일 글라스에 레몬이나 라임으로 가장자리를 적신 후 소금을 묻혀 스노우 스타일로 장식해 둔다. 얼음과 함께 테킬라 2/4, 코앙트로 1/4, 라임 주스 1/4를 셰이커에 넣고 흔든 다음 준비해 둔 글라스에 따른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세상에나. 내가 서울에서 마신 마가리타와 똑같이 생겼다. 내가 산타바바라에서 마셨던 마가리타는 그 식당에서 나름대로 변형한 새로운 스타일의 칵테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난 심각한 착각에 빠져 있었을 뿐이었다. 멕시코와 가까운 지역인 산타바바라에서, 멕시칸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사실. 그것만으로 마가리타를 규정지어놓고, 그에 대해 일말의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창 밖에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되새겨 본다. 내가 지금껏 인정하고, 참이라 생각했던 것들엔 또 얼마나 많은 오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일까.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식이라 믿으며 스스로 우쭐해 했던 것들이 사실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던 것은 아닐까.
어제의 생각으로 내일을 살 순 없다. 어제의 생각이 진실이었는지는 내일 다시 검증이 필요한 법.
마가리타가 알려준 이야기.
내가 머물던 도시 산타바바라에 있던 멕시칸 식당에서 주인아저씨와 매주 월요일 저녁을 먹었는데, 그 때마다 어김 없이 마가리타를 한 잔씩 마셨던 것. 처음엔 주인 아저씨의 추천으로. '뭐, 한 잔 할텨?' 하길래 '뭐, 하나 추천해봐여' 했는데, 마가리타를 추천해줬다. 그래서 마신 마가리타는, 내가 지금껏 유일하게 마셔본 칵테일이자 정말 맛있게 마신 칵테일이다. 한국으로 돌아올 즈음 주인아저씨에게 '한국에 돌아가면 마가리타가 정말 그리울거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바보스럽게도 그때 난 마가리타는 한국에선 없는 칵테일인줄 알았다.
얼마전 예전 직장 동료 몇 명을 오랜만에 만났다. 삼겹살과 소주를 한 잔 하고는, 근처 술집에 2차를 갔다. 나를 제외하곤 다들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라 맥주나 한 잔 할까 해서. 그곳 메뉴판을 보다가 눈에 띄는 단어를 발견! 마가리타!
일행에게 마가리타 이야기를 하니, 다들 그걸 마시겠단다. 그러나. 종업원이 가져온 마가리타는 내가 산타바바라에서 마시던 마가리타와는 완전히 다른, 전혀 다른 술이었다. 분명 데낄라에, 잔에 소금을 두르고, 과일즙을 혼합한 것은 맞는데. 느낌이 판이하게 달랐다. 산타바바라에서 마시던 마가리타는 여러 종류의 과일(내가 가장 좋아하던 것은 산딸기 마가리타) 중 하나를 골라서, 즙을 내어 거기에 데낄라와 잘게 간 얼음을 혼합한 술이었다. 사실상 과일 쥬스에 데낄라를 섞었다 싶을만큼 색깔도 아주 진했다. 그런데 그 술집의 마가리타는 반투명한 데다, 얼음도 없는, '오란씨'에 데낄라를 섞은 것처럼 보였으니.
그 자리에선 서울에선 마가리타를 이상하게 만든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일행은 그런 날 비웃었다.
'미국에서 1년도 안 있어놓고선 아는 척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세상에나. 내가 서울에서 마신 마가리타와 똑같이 생겼다. 내가 산타바바라에서 마셨던 마가리타는 그 식당에서 나름대로 변형한 새로운 스타일의 칵테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난 심각한 착각에 빠져 있었을 뿐이었다. 멕시코와 가까운 지역인 산타바바라에서, 멕시칸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사실. 그것만으로 마가리타를 규정지어놓고, 그에 대해 일말의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창 밖에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되새겨 본다. 내가 지금껏 인정하고, 참이라 생각했던 것들엔 또 얼마나 많은 오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일까.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식이라 믿으며 스스로 우쭐해 했던 것들이 사실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던 것은 아닐까.
어제의 생각으로 내일을 살 순 없다. 어제의 생각이 진실이었는지는 내일 다시 검증이 필요한 법.
마가리타가 알려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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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5/18 18:19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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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K에 블로그 공개하신 것을 보고 놀러왔다가 갑니다.. ^^
mode님/ 그나저나 여전히 닉네임과 이름이 매칭이 안되네요. ^^
술한잔의 깨달음.. 다음편을 기대할께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