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작가를 존경하는 4가지 이유 -웹 기획자의 역할이란 뭘까 (1)

난 방송국에서 일하는 방송 작가들을 존경한다. 물론 그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프로그램 중에는 도대체 말이 안되는 프로그램도 있고, 시청자의 정신연령을 8세 정도로 보고 만든 프로그램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의 아이디어, 특히 다양한 소재와 내용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높이 평가한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현장에 대한 지식이 없는 관계로 이 포스트에서 말하는 것과 실제 그들의 일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관련 지식이 있는 분의 지적은 감사히 받을테니, 오류가 있으면 과감히 지적해 주시길.

난 왜 그들을 존경하는가.

1. 여러 분야를 접목시키는 능력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에 '놀러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연예인들을 불러서 그들이 겪은, 그들이 알고 있는 일화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방청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예전의 '서세원 쇼'를 비롯해서 방청객 혹은 진행자의 공감을 끌어내서 점수화하는 형식의 쇼는 꾸준히 있어왔다. 이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라서 방청객들이 출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점수를 매긴다는 점에선 기존 포맷을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단순히 '몇 점'이라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형식으로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바로 야구의 안타 개념을 도입한 것. 물론 점수를 이용해서 보여주는 방식이 가장 직관적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 방법은 너무 흔하기에 밋밋한 면이 없지않아 있다. 과연 '몇 점'이나 나오느냐에 모든 관심이 집중될 뿐, '점수'를 형상화해서 보여주는 것에는 별다른 아이디어가 담겨있지 않은 셈이다. 바로 여기서 다른 스포츠의 방식을 도입한 의미가 나온다. 비록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1루타, 2루타, 3루타, 홈런의 개념은 알고 있다. 더우기 출연자들을 팀으로 나누어서 이들의 이야기를 여러 편 이어서 들려줌으로써 앞선 사람의 말에 뒷 사람의 말을 더하는, 즉 1루타에 2루타가 더해져 홈런이 된다는 개념도 만들어낸 셈이다.

비슷한 예로 '스폰지' 역시 약간의 변화를 가져왔다. 평가단의 만장일치, 즉 '다섯개의 별'을 평가받아야만 상금을 받는 방식에서 평가단 각자의 별 갯수를 모두 더해서 그 개수만큼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예전처럼 만장일치를 끌어내면 100만원의 상금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나온 별의 수만큼 돈을 받게 된다. 물론 좀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이겠지만, 어쨌든 '도달한 목표치' 만큼 포상을 한다는 점에서 좀 더 의미가 있다.

2. 적절한 대사를 만들어내는 능력

SBS의 '야심만만'. '만명에게 묻는다'는 설문/여론 조사 형식을 퀴즈로 풀어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물론 '여러 사람의 공감대'를 알아본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프로그램의 진행자 박수홍과 강호동의 각자의 섹션을 끝낸 이후에 나오는 마무리 대사이다. 그날의 주제에 대한 독특한 방식의 정의를 담아 '어록'과 같은 형태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대목이 압권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거리가 어딘줄 아십니까? 바로 머리부터 가슴 까지랍니다. 머리로 생각하는건 가슴에 닿질 않고, 뜨거운 가슴이 하려고 하는건 차가운 이성의 머리가 막으니까요. 그런데 가끔~ 사랑의 연금술사 ‘술’이 이 둘 사이를 아주 가깝게 좁히는 그 순간! 누군가 기적처럼 내 인생에 첫발을 내딛을수 있습니다. 지금 혹시 술자리에 계십니까? 취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운명이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혼 반지를 네 번째 손가락에 끼는 의미를 알고 계십니까? 여기 계신 분들이나 시청자 여러분 한 번 해보세요. 손가락을 하나씩 펼 때 네 번째 손가락만 제대로 펴지지 않습니다. 결국 네 번째 손가락만 홀로서기를 못한다는 거죠. 그래서 함께 의지하며 살아갈 사람을 찾았을때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는 거라고 합니다. 여러분 나 혼자 너무 편한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 아닐까요?

검색 사이트에서 '야심만만 어록' 정도의 검색어로 검색을 하면 그동안 야심만만에서 나왔던 다양한 마무리 대사들을 볼 수 있다. 얄팍한 것도 있고, 어리숙한 것들도 섞여 있지만, 분명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만한 것들도 많다. 이런 말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방송 작가들이 기울였을 노력을 생각해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3. 프로그램 제목을 뽑아내는 능력

신제품을 출시할 때 이름을 짓는 전문가들이 있다는데 방송의 경우엔 잘 모르겠다. 다만 작가들이 그에 참여한다는 전제 하에.

TV와 라디오에서 방송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 그리고 그 속에 포함된 다양한 섹션들. 이들의 이름을 보다보면 정말이지 해당 프로그램의 성격을 절묘하게 뽑아냈다는 감탄을 자아낼만한 것들이 많다. 물론 중간에 프로그램의 성격이 변함에 따라 조금 어정쩡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는 예외로 하자. 재밌는 것은 프로그램의 성격이 변한 뒤에도 앞서 지은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리는 경우도 많다는 거다.

내가 꼽는 최고의 '쇼' 프로그램 이름은 '느낌표'이다. '!'라는 문장 부호에 담겨 있는 수많은 의미와 함축적인 느낌. 어떤 내용을 담더라도 어울릴만한 절묘한 이 이름을 볼 때마다 그들의 작명 능력에 놀라곤 한다.

4. 출연진 섭외 능력

내 짧은 지식으로도 이 부분을 작가들이 전담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분명 일정부분 PD 등의 지원이 필요할테고, 작가들의 능력만으로 섭외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분명 출연진 섭외의 상당 부분은 작가들의 몫일거라 추측한다.

매 회 등장하는 수 없이 많은 출연진들을 섭외하고 그들의 일정을 매니저와 조절하고, 대사를 배분하는 것. 작가들이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 역할들을 분담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만만찮은 일임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갑자기 왜 방송 작가 이야기를 포스팅하느냐. 이들의 역할이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는 '웹 기획자의 역할'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웹 기획자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 어떤 역할을 잘 하는 기획자가 뛰어난 웹 기획자인가 하는 고민을 하다보니 '도대체 웹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되어지는가'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포스팅을 한 번 해보려 한다. '웹 기획자, 그들은 무슨 일을 하는가. 혹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나 스스로의 개념 정립은 내가 어떤 방향으로 좀 더 발전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에도 필요할 거라는 판단이다.

이런 고민을 촉발시킨 것은 얼마 전에 본 한 컬럼이었다.(내가 본 것이 얼마 전일 뿐, 실제로 컬럼이 쓰여진 것은 여러 해 전) 그 컬럼에서 정의한 웹 기획자의 역할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조금의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고해서 컬럼에서 정의한 역할이 웹 기획자의 역할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었다.

다음 포스팅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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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free | 2007/03/29 23:03 | 인터넷 이야기 | 트랙백 | 핑백(4)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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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데이빗 at 2007/03/30 23:12
'웹기획과 방송기획을 연관시켜 생각하는 능력'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mindfree at 2007/03/31 00:05
데이빗님/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Commented by 유정무정 at 2007/04/14 11:05
방송작가과 카피라이팅을 하다가 웹기획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난 경력들이 많이 도움이 되기에 쓰신 내용에 많이 공감하고요..
약간 힘도 얻고 가네요.
앞으로도 종종 와서 글 읽겠습니다.
Commented by mindfree at 2007/04/14 22:59
유정무정님/제가 아는 분 중에 방송작가-웹 디자이너를 거쳐 현재 웹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그 분의 장점으로 보는 것이 기본적으로 글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실제 디자인과 코딩 업무를 해본 경험이 더해졌다는 것이죠. 감성과 현장의 경험을 고루 갖춘 것은 큰 장점이 되리라 봅니다.
방문 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aliceblue at 2007/04/30 16:09
정말 평소에도 제가 생각하던 내용이네요 ㅎㅎ 전 반대로 웹기획- 웹디자인-방송작가 순으로 가보고 싶던데 ㅎ
Commented by mindfree at 2007/04/30 17:33
aliceblue님/오호.. 방송작가.. 예전에 본 잡지 기사로는 거기 근무조건도 열악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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