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톡, PC통신의 향수를 느끼다

어제 플톡에 가입한 뒤, 미친듯이 놀았다. 급기야는 플톡 때문에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려던 저녁 계획을 완전히 접고야 말았다. 자리에 앉아 순식간에 세시간. 방문자를 이렇게 잡아둘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플톡은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럼, 왜 플톡에 이렇게 빠지게 되었을까.

1. PC통신시절의 향수

PC통신을 그만둔 이후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녔지만, 단 한 번도 '오늘은 이만, 자러 갑니다'는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몇 년간. 그러다가 어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곳, 플톡에서 그 말을 하고, 들었다. 몇 년의 세월이 오버랩되는 순간. 통신 시절 가졌던 '낯선 이와의 즐거운 공감대'가 떠오르면서 마음 한 구석이 훈훈해졌다. 이런 경험을 쉽사리 할 수 있는게 아니기에 더욱 고맙다.

2. 가벼워 가벼워

블로그에서도 곧잘 가벼운 얘기를 쓰긴 했다. 이글루 이전의 네이버나 미몹에서는 잡담도 많이 끄적였다. 하지만 역시 블로그는 방문자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생각을 하게할 만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플톡은 이름 그대로 '이야기하면서 놀자'는 취지에 맞게 너무나 가볍다. 낯선 이에게 말 걸기도 쉽고, 마음대로 댓글도 마구 달아댄다.

한 줄, 단 몇 글자 되지 않는 짧은 문장으로 가볍게 날리는 잡담. 부담도 없고 뒤끝도 없이.
사람들은 이런 서비스를 기다려왔던 걸까. 더구나 플톡은 그냥 엔터만 치면 글이 등록되어버린다. 그 영향으로 다른 블로그에 댓글을 달면서도 엔터를 잘 치지 않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플톡 사용 하루만에!

3. 문자 대화가 떠오르다

난 핸드폰 문자로 무언가 얘기하는 걸 즐기지 않지만, 지금의 20대나 10대들은 '엄지족'이라 할만큼 문자를 즐겨 쓴다. 플톡은 마치 문자로 잡담을 나누는 것처럼 글을 쓰고, 댓글을 확인한다. 더구나 이미 '플토커'라는 말이 나오며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사용자들이 쉴새 없이 댓글을 달아대니 실시간 채팅이 따로 없다.

4. 허물 없다

난생 처음 보는 분의 플톡에 들어가 과감히 친구신청을 한다. 블로그였다면 어림도 없을 행동인데, 플톡은 가능하다. 벌써 내 플톡에 친구로 등록된 분이 12분이 넘는다. 단 하루 만에. 만 24시간도 채 안됐다. 특히 블로거들이 다수 옮겨와 '놀고'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 낯익은 이름의 플토커들이 다수 보인다. 나를 알아봐주는 이도 있고, 내가 알아보는 이도 있다. 이분들과 블로그에서도 소통할 수 있지만, 댓글과 트랙백으로 진중하게 의견을 나누던 때와는 달리 플톡은 마치 술 한 잔 하며 농담을 하듯 쉽게 이야기가 오간다.

분명 조만간 플토커들의 번개 이야기가 나올거다. 장담.

5. 다만 걱정은

아직은 사용자들이 많지 않다. 어제부터 블로그스피어의 최대 화제로 떠오르며 단시간에 사용자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다수는 아니다. 만약 앞으로 만, 십만을 넘어서는 단위가 된다면? 플토커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라운지가 도저히 새로운 글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면? 라운지를 여러 개로 분할을 할 것인가? 플톡의 특성상 순식간에 새로운 글이 올라올텐데 기존 블로그에서도 새 포스트로 인해 묻히는 포스트들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에 플톡은 어떻게 대응할까?

그러나. 포스팅을 하는 이 순간에도 플톡이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얘기들이 또 오가고 있을까. 급기야 정치인 정동영씨도 플톡을 개설했다 한다. 덕분에 언론에 플톡이 실릴 기회도 얻은 셈이다. 이것이 어떤 계기를 만들어줄지도 궁금하다. 스패머, 낚시꾼들이 대거 몰려오면 플톡의 자정능력이 감당할 수 있을까? 회원가입도 너무나 간단하게 되는데.

어쨌든 플톡은 장엄한 블로그스피어에 가벼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왔다. 미투데이가 초청장 방식으로 클로징 서비스를 하는 동안 과감히 베타버전을 내놓고 먼저 시작해버린 플톡.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서 더 편리하게 개선해나가는 것은 좋으나, 너무 많은 기능을 넣지는 말았으면 한다. 가벼움이 플톡의 모토라면 기능도 가볍게 가야한다. 도움말 하나 필요없이 아무 문제 없는 플톡의 시작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제부터 플톡을 돌아댕기며 달아대던 댓글을 마무리 멘트로! '노세요~'

by mindfree | 2007/03/14 14:34 | 인터넷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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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entimentalist at 2007/03/14 17:08

제목 : 한 줄 토크에 미치다, 미투데이 그리고 플레이톡
올초 블로그 스피어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한동안 미투데이(http://www.me2day.net)가 클로즈 베타테스팅 및 초대장을 중심으로 사용자들에게 어필했다면 혜성처럼 등장한 플레이톡(http://www.playtalk.net)이 블로거들의 손길(?)을 사로 잡고 있다. 미투데이는 백방으로 초대장을 받아보고자 뛰어 봤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초대장을 받지 못해서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해 보진 못하고 여러 유저들의 이......more

Commented by I천랑I at 2007/03/14 14:53
플톡에서 건너왔습니다.
Commented by mindfree at 2007/03/14 15:24
천랑님/ 반갑습니다! ^^; 오늘도 플톡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닷.
Commented by NoPD at 2007/03/14 17:07
동감입니다. 현재의 시스템 구조는, 당장 즐기기(?)에 좋지만
장기적으로... 사람들이 많아지면 불편한 구조이지요 ^_^
Commented by mindfree at 2007/03/14 18:08
NoPD님/잘 대처하리라 믿어봐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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